여러 작품의 스포일러 有

  • 2023/03/22 경하는 항상 결정적인 순간 모질게 굴지 못했다. 이유는 스스로도 몰랐다. 사람들 말대로 태생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는 벽 너머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분명 5계급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한 세대 만에 1계급이 된 집안. 확고한 혈통을 가지지 못해서 그는 늘 불안했고 자주 공격당했다. 그래서 자꾸만 짓밟는 쪽이 아니라 짓밟히는 쪽을 보게 되는 걸까.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

    • 2023/03/22 우리는 피터팬을 부른다_1권
  • 2023/03/21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한팀이구나. 가장 어울리는 자리에서. 너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라."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서재희는 문 앞에서 차예원을 향해 돌아섰다. 한 뼘을 두고 서서 차예원은 낯설게 서재희를 올려다보았다. 수없이 이렇게 마주봐 왔으나 동시에 얼마나 다른 곳을 보고 있었는지.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첫 휴가를 받아 고향에 다녀온 기념으로 열쇠고리를 사 와서 뿌렸더니 죄 시원찮은 반응을 보이는 동료들 사이로 소연주만 유일하게 그 자리에서 바로 열쇠에 달았던 일. 술자리에서 이선규가 장난으로 한 약속에 아무도 안 나왔는데 소연주만 나와서 기다렸던 것. 온통 입 밖으로 내기에 사소한 것들이었다.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우리는 어둠 속에서 빛을 선택한다.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그러나 유은우는 확신했다. 사랑에 기반한 선택이 반복되면 결국은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고. 이보다 더 이타적인 결정은 있을 수 없으므로. 그리하여 서로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으로 인하여, 아주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나아지리라고.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특히 이 체인은 죽은 사람들을 전시하는 것 같아서 싫어. 이건 마치, 우스꽝스러운 꼬마전구 같아. 용 해방 기념일에 중앙광장 나무에 걸어 놓는 그런 거 말야.'

    • 2023/03/21 유은우가 마이크를 고쳐 쥘 때, 그녀의 망토 주름에 가려져 있던 것이 반짝이며 드러났다. 은색 체인이었다. 시선을 지나쳤다가 다시 고정했다. 평범한 세공이 아니었다. 눈부시게 떨어지는 오후에 차예원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름. 낯익은 이름들. 알던 이의 죽음도 있었고, 죽고 나서 알게 된 이도 있었다. 유치하긴. 코로 웃었다. 그러나 시선은 쉬이 떨어지질 않았다.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우린 같은 터널에 갇혀 있었지. 내가 어두운 안쪽을 응시하고 있을 때, 네가 빛을 쫓아 달려 나오다가,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 거야. 사고처럼. 운명처럼. 나는 그제야 비로소 과거에서 풀려나 널 쫓아 달리기 시작했지. 넌 터널 밖에 빛이 있다고 했지만, 내게 빛은 너였어. 네가 날 환하게 밝혀 줬잖아.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수없이 널 피해 궤도를 돌고 싶었어. 그래서 널 외면하고. 때로는 짓밟고. 너로 이루어진 문장이 무너져 내 삶의 모든 페이지가 의미를 잃고. 널 삼키고 만들어진 가지가 마디마디 꺾여 내 잎이 마르고. 그리하여 단지 널 잃은 것뿐이지만, 곧 내 전부가 훼손되고 말아.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변하지 않는다는 게 좋았어. 그렇게 강하고 아름다운 생명체가 영원할 수 있다는 게. 인간의 삶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데." 손도연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 교장실에서 용 심장박동 수치가 나왔잖아. 확연히 느려지고 있었어. 그걸 보고 나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용도 불사가 아닐 수 있겠구나. 세상 어디에도 영원한 건 없구나. 영원하길 바라는 것만 있을 뿐이지. 가족이 변하는 것도, 가세가 기우는 것도 당연하구나, 안도했어."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모두가 지도자로 추앙하는 서재희 자신은, 정윤환 만큼의 순수한 대의를 가져 본 적 없어, 누군가의 위에 서서는 안 되었다. 특정인을 신념으로 삼는 사람은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차예원에게서 죽은 아내를 본 차인호가 최악의 지도자였듯.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김서혁은 그런 사람이다. 난민을 시민이라 부르는 사람. 죽은 동기들의 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귀한 생화를 가지고 납골당을 방문하는 사람.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눈물에 마음이 깎이면 어떤 부분은 한 뼘 성장하겠지만 어떤 부분은 영원히 죽어 버린다.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어떤 사람이 소중해지면,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을 그 사람 시선으로 다시 살피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꾸 생각하게 되더군요. 어떤 세상이 그나마 숨 쉬고 살 만할까.

    • 2023/03/21 낙원의 이론_4권
  • 2023/03/21 "남 탓 좀 그만해! 나한테는 그게 최선이었어. 모함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서 기상을 걱정하는 어리고 서툰 1학년들은 정윤환 네 잘난 눈엔 보이지도 않았겠지만!"

    • 2023/03/21 낙원의 이론_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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